29-30일, 이틀간 이뤄졌던 졸업전시가 끝났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 즐거운 일이고, 그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있다면 더더욱 감격스러운 일인 거다.
첫날엔 아침부터 설렌 마음으로 거대 무지개를 본 뒤 지인들을 만나서 놀았다.
둘쨋날엔 초대했던 손님과 가족들이 와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니다 심심한 시간들도 있기는 했다.)
그런 시간들 사이사이 동기들이 방명록을 써줬는데 나도 쓸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감동스런 얘기들 뿐이었다.
뭐라해야 할까, 왜 그렇게 나를 좋아해줘? 라는 기분이 든 건 우울 때문인지 아닌지
며칠간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쓸데없는 불안이 도진건가 할 정도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저녁이후 약을 바로 안먹어서 그런지도 몰라, 하고 센치해졌다.
있지, 솔직히 좀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몰라. 어떻게 해도 더 가까워지긴 어려운 장벽이 누구나에겐 있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니까.
그런데 나를 이렇게 동경해주고 긴밀한 마음을 적은 글을 보면 역시 더 친해지고 싶어지는구나.
그렇게 12월 1일이 되었다.
그럼 당연히 이 노랠 들어줘야지.
본래 고조된 기쁨 후에 하락이 오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그 미끄러짐이 너무 빨라질 필욘 없는데, 묘한 어지럼을 느끼는 건 생일이 다가와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게 기대를 하라고 밀어붙이는 날 같아. 예전에는 스스로 아주 평범한 날로 여기기 위해 생일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가슴 속에 그런 기준을 잡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특별한 날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괜한 생색을 내기 싫었다. 나는 선물을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남에게 주는 법을 모르니까.
어쩌면 받는 법도 잘 몰라서 주는 사람의 마음을 망칠까 두려웠다. 그러니까 너무 겁쟁이었던 거다.
만약 강도가 나타나거나 위급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소리칠 목소리가 안나오면 어떡해? 같은 고민을 가진 채.
어떤 상황의 적절한 반응이 뭔지를 떠올리며 무서워하지만 맞닥뜨리면 뭐라도 나온다. 자기자신이란 게 튀어나온다.
걱정할 필욘 사실 없다.
너무 기쁘면 너무 슬프다.
오늘도 또하나의 즐거운 날인데 일기의 색이 너무 블루한 거 같다. (호르몬! 호르몬 때문이야!)
졸업전시도 그렇고 생일도 그렇고, 여기저기 생색내라고 있는 날이다.
여기저기 나의 특별한 날이라고 말하고 축하받고 감사하면 된다.
그냥 기뻐하면 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러고 싶으면 그러면 된다. 아니면 아니어도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할 수 있는지는 고사하고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그런 욕심을 버리고서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역시 잘하고 싶다.
생일은 그런 나의 존재와 탄생을 의미해서 어쩐지 날 두렵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존재는 존재로서 축하받을 일이다. 존재는 존재함으로서 기쁜 일이다.
나는 내가 좋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매일은 언제나 지나가는 여느 날이면서 누군가의 생일이다.
세상은 슬픔도 아픔도 많지만 축복과 사랑도 가득하다.
12월의 첫날과 마지막도 아름답고 행복한 날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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